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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Seclusion

2023. 05. 30 - 2023. 06. 24
진민욱

Little Seclusion 展을 기획하며

동양화의 형식적 실험에 대한 발견은 동양화의 세대를 가른다. 우리가 동양화를 지칭했을때, 이면에서 배타적 경계 속에서 정체되어간다는 일반적 우려가 존재했던 적도 있지만, 최근 동양화가 맞이한 새로운 세대는, 좀더 유기적으로 동시대미술에 적응해가면서 한편으로 그것이 지닌 매체적 상징성과 지역성을 무기로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있다.

Fill Gallery는 개관이래 동양화의 재발견에 힘써왔다. 한국화 작가 진민욱 역시 전통 비단 채색기법을 연구하며, 동시대적 문제를 다루는 현대미술가이다. 이러한 기여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동양화의 가능성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진민욱 작가는 도심 산책을 하며 느낀 자연과의 교감과 깊어지는 사유를 산책하면서 도시자연의 형태를 채집한다. 작가에 따르면 채집의 기준은 교감의 순간, 문학적 표현인 ‘상춘_常春’이라 하며, 이때 ‘춘_春’의 의미는 심리적 상태에 대한 은유를 포함한다고 증언한다. 이는 인간이 조성한 도시 생태 속에서 잔존해 도시를 점유하고 있는 자연 영토의 형태에 대한 일종의 분류학적 규명처럼 보인다. 이렇게 채집되는 이미지는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한 화면 속에서 생태를 이룬다. 구조적으로 그려진 화면의 깊은 층에서, 토양을 대체한 도시공간의 풍경은 그것들이 뿌리박은 지리학적 정보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작가의 도심 산책을 일종의 유람으로 여겨본다면 유람하여 그려진 화면 속 가상의 풍경은 동양화의 전통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형식적 특징이다. 일례로 한국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금강산전도는, 실제의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여 재현한 것이 아닌, 조선시대의 대가 겸제 정선이 금강산을 거닐며, 신체적으로 체득한 감각적 이미지를 취합해 다시점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진민욱의 도심 산책은 앞서 말한 동양화의 형식적 전통을 계승한다. 따라서 작가는 도심 속 자연 공간을 와유_臥遊의 대상으로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도시개발로 인해 옛모습이 사라진 외할머니댁을 산책하며 고민한 개인과 사회의 문제, 생과 사, 좋은 삶에 대한 고민을 시경_诗经의 이미지화하여 풀어낸 신작을 선보인다. “Little Seclusion”은 ‘작은 은거’라는 뜻으로 당 시인 백거이의 시, 삼은_三隐에서 얘기한 자연에 은거한 삶의 형태를 말한다.

또한 진민욱 작가는 화면의 형태를 통해 말을 건네기도 한다. 작가가 시도하는 병풍형태의 작품은 앞면과 뒷면의 환유성을 띠는데, 이것이 작가의 작품에서 전복된 풍경 이면의 자취를 드러낸다. 이 외에도 화면 상단이 능선의 형태이거나, 포스트잇을 닮은 형태를 띠는 것도 이러한 실험의 일종이다. 최근 도심 산책 중에 수집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공간이 지닌 서사를 채집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동양의 오랜 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조소하는 실험을 하고있다. 오브제들은 기존 진민욱 작가의 형식적 서사의 연장 선상에 놓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서로 비선형적 네러티브의 단초가 되어 시시각각 다른 이야기를 생성한다.

진민욱 작가의 <Little Seclusion>展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로 우리에게 그림을 보는 즐거움과 삶의 깊은 깨달음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름을 맞이하여 관람하시는 많은 분들이 안목을 넓히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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